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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직도 밀린 2월 7일
    제주,기록 2022. 2. 9. 00:38


    아침에 눈이 저절로 떠진다.
    사실 잠을 제대로 못잤다.
    그나마도 5시 반에 눈을 떠 해가 뜨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이 곳의 일출은 몇 시인지 확인한다.
    아 일곱시 반?
    해가 그렇게 늦게 뜨나?
    (나중에 친구가 말했다 . 서울도 그 때 뜨자나. 여기도 똑같아)
    여섯시가 되서 다시 창을 본다 . 여전히 어둡네.
    이렇게 있음 오늘 하루도 그냥 맥없을게 뻔하다.
    전기장판을 가열차게 올리고 잠을 청한다.
    정말이지 푹 잤다. 식은땀도 뚝뚝 흘리며.
    아 , 정말 아팠던 거 맞구나. 잠은.. 추워서 못잤나;;
    최고 온도에서 화상하나 입지 않고 몇시간을 잤다는게
    대견하다. (별게다)

    아침에 친구의 굿모닝 문자가 온다.
    운동을 가자고 .
    암요암요
    제주에 오면서 꼭 하고자 했던 것중 하나가
    매일 (적어도) 5킬로는 걷자는거.
    예전에도 알려준 코스지만 냉큼 따라나설 준비를 한다.
    몹시 어지럽고, 갈증이 났다.
    기운도 없었지만 컨디션이 걱정이다.
    왠일로 어제 사다놓은 사이다가 간절하다.
    마시면 너무나 시원할 것 같은데, 분명 다 못마실게 뻔하고, 마시고 나면 분명 속이 안좋아질 것이다.
    하지만 참을 수 없는 유혹이 밀려온다.
    한 캔 따서 마시는 순간 천국이 보인다.
    여러모로.
    그 시원함과 청량함과 달콤함이 채 느껴지는 순간 식도부터 아프다.
    아, 위장만 문제가 아니구나.

    정신을 차리고 오늘 못나가면 한 달 내내 못나가기란 두려움을 등에 지고 따라 나선다.
    꼼꼼히 장갑도 챙겨준다.
    시작을 터줘야 혼자도 잘 다닌다며 여기저기 조잘조잘
    잘 알려준다.
    그러고 보니 고등학교 이후 대학교 때 그 이후 20 대에도 수많은 날들을 만나서 재잘재잘 잘 놀았는데,
    친구가 결혼한 후 이렇게 집에 놀러온 건 진짜 오랫만이다.
    내친구가.. 구래 양파라고 하자. (가수 양파와 진짜 닮았었다)

    부연설명을 하자면
    양파는 내 고등학교 친구다.
    1 학년 때 한 번 같은 반이었고, 그 이후 서로 문과 이과 달라 같은 반일수가 없었지만, 대학교때도 그 이후 20 대에도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
    양파는 대학교 가자마자 만난 오빠와 결혼해서 여태 잘 살고 있다.
    아들은 이제 중학생이 된다고 .앗!
    결혼후 한 동안 서로 바빴고 처음 둘이 사는 집에 놀러갔던건
    양파의 둘째가 십수개월 됐을 무렵.
    그 때도 늦게 끝난 내가 치킨을 사가서 셋이 맥주를 마셨는데, 자기들은 제주도에 놀러갈 예정이라고.
    가서 좋으면 한 달도 , 서너달도 살아볼 예정이라 했다.
    그리고 정말 그래도 좋으면 , 이사가겠다고.
    그리고, 결혼 전 결혼할 지금의 남편을 소개할 겸 한 번 제주에서 만나고 또 몇년이 지나 지금은 급살로 떠날 때면
    당일에 연락하고 뻔뻔히 오는 그런 내가되었다.
    물론 일정이 있으면 당연히 다음을 기약하지만,
    언제든 양파네 부부와 가족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고, 늘 공항으로 기꺼이 마중도 나와주고,
    배풀어 줄 수 있는 모든 호의를 다 배풀어 준다.
    양파랑은 대략 그런 사이. 이런 히스토리.


    그래서 그런지.
    생각해보니 이렇게 같이 단 둘만 얘기하는게 십 오륙년만인데 여전히 할 말이 많고, 거리낌도 없고, 어색함이란 단어 자체가 어색하다.
    뭐랄까 그 동안 밀린 얘기가 더 많을 뿐.
    고등학교 시절 양파양은 늘 귀여웠다.
    외모도 가수 양파와 너무 같았고.
    본인은 싫어했지만 , 노래도 잘해서 수학여행을 가면 양파 모창으로 전교생의 슈퍼스타이기도 했다.
    사실 지금 모 연예인과 같은 학교였는데, 공부도 잘하고 이뻤던 그 연예인보다 더 유명했던 양파다. 암요암요.
    그냥 마냥 귀여웠던 양파였다.
    몹시 번뜩이고, 엉뚱하고 귀여웠던 그런 양파가.
    결혼도, 출산도 , 육아도 모든게 선배님이되고 보니
    그냥 막 어른같다.
    그리고 어느 순간 볼 때마다 막 무언가를 물어보는 나.
    그래 그냥 발 담그고 가면 되는데, 발을 담그긴 커녕,
    양말조차 못벗고 머뭇머뭇 별걸 다 묻는 나.
    그리고 그 모든것을 다 걸어보고 여유있는 어른이 된 양파.
    게다가 그 길을 참 따뜻하고 너그럽게도 잘 걸었는지.
    볼 때마다 마음씀씀이나 따뜻함에 놀라지 않은 적이 없다.

    하루의 일정은 그저 단조로웠다.
    잠을 자긴 했지만, 부족했고,
    5킬로를 양파와 걸었고,
    돌아와선 밀릴까 두려운 가벼운 집안 일을 하고,
    쉬었다.
    잠도 자고, 약도 먹고, 한결 가벼워진 컨디션으로
    쇼트 트랙을 보고 다시 몸져 누웠다.

    참 단조로운 하루였는데,
    상념이 많았던 관계로 , 잡소리 하느라,
    복구될 줄 알았던 밀린 일기는 당분간 계속 밀릴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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