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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캉스 후기
    여행 2022. 9. 5. 14:24



    생애 첫 , 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은. 호캉스 경험.
    결론은 '좋은 것' 이었다.
    그렇게 너도 나도 갈 때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며, 해보지도 않고 절래절래 고개를 흔들었던 나를 반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나에게 공간이란, 아주아주 큰 개념이었다.
    방 한칸, 건물 하나보다는 낯선 도시의 풍경과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까지 포함이 되어야 풍족함이 느껴진다.
    이 한없는 미친 욕심.
    마음 같아선 명동에서 놀다 잠깐들어와 쉬다 나가고, 씻고 나가고 할 것 같았지만,
    미지의 공간은 호텔 뿐이어서 그런지 몸이 움직여지질 않는다.
    이 공간에 계속 머물면서 여기저기 관광을 하고 싶었다.



    흔하게 지나다녔던 명동에서의 여유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고.
    깔끔히 청소해준 방에서 보이는 익숙하지만 생경한 고층의 풍경들.
    차려주는 밥을 먹고 나오면 되는 편리함 자체가 우아해 보였고.
    자다내려가 짐에서 뛰고오는 어이없지만, 새로운 경험들.
    좋아하는 사우나를 두 번씩 가는 사치.
    그 정도가 딱 좋았던 것 같다.



    딱 여기까진가보네.. 거들먹거리며 며칠 더 있어보니, 진정한 호캉스의 묘미는, 크나큰 지루함이었다.
    일상에서의 탈출과 지루함의 콜라보.
    결론은 시간 부자. 이걸 지루하다고 표현은 했다만, 시간이 남아돌아 별 걸 다하는 미친 만족감이 포인트였다.
    평소 해보고 싶었던 로망이 저절로 실현된다.
    일찍 일어나기, 일어나서 부스스 편하게, 혹은 아침이지만 정갈히 차려입고 올라가 남이 차려주는 조식을
    간단히 먹으면서, 도시의 아침도 햇살도 보며, 여유도 느끼고, 촉박하게 체크아웃 걱정없이 내려가지 않고,

    화장실 뷰가 쓸데 없이 좋아서… 나가기 싫었-_-;;


    느즈막히 내려가 천천히 씻고, 점심먹기 전까지 느긋느긋 산책도 하고, 음악도 듣고, 책도 보고, 사우나도 할수 있다.
    딱히 중요할 것도 없지만, 빼먹으면 아쉬운 것들을 고심해서 골라가며, 차근차근 해 내고, 미뤘던 친구들과의 만남도
    호텔라운지에서 가져본다.
    진짜 딱히 먹을 거 없지만, 남이 주는 밥과 고층 시티뷰에 큰 의미를 두기로.

    좋아하는 프렌치 토스트와! 안 좋아하는데 너무 맛있었던 빵들 🫣




    그렇게 잠깐 새로운 관광지를 탐색하고 즐기고 오면 , 방은 정갈히 청소가 되어있다. 이런 미라클!!!

    심지어 차 마시면서 책도 봤다!!!



    별거 없다 하면서도, 있을 만큼 있어보니, 있을수록 너무 좋고, 그럼에도 설마 담에 또 오겠노 하는 이기적인 애매함 .



    어느 작가는 생활이 주는 찌듬에서 벗어나기 위해 호텔에 가서 글을 쓴다 하였는데,
    그 말에는 적극 공감이 된다.
    집에 있으면, 아무리 할 일이 없어도,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할 일이 없으면, 당장 만들어 할 일들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고, 아무리 그럴싸하게 내가 좋은 것들로만 꾸며 놓아도
    자본의 힘에는 한계가 있고, 아무리 좋은 것도 매일 보면 감흥이 없다.
    심지어 그렇게 좋은 게 우리 집에 있을리도 없다.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자본주의의 끝판왕이 선사 해주는 신나는 마음이 있었다.
    무엇보다 몸이 너무너무 편했다.
    단촐하다 생각했는데, 정말 필요한게 없다보니, 꾸역꾸역 싸온 짐들이 부질없이 느껴지고,
    20 년은 꿈꿔봤던, 휴가가서 조용히 숙소에서 책 읽기의 로망도 실현 되었으며,
    절대 밖에 나가지 않고, 숙소에만 있을거야!! 라는 단 한번도 지켜지지 않았던 여행 계획도, 드디어 실현이 되었다.

    매일 올라갈 때마다 자리에 따라 뷰가 달라져서, 새로운 도시를 보듯 기웃기웃 거리며 밥을 먹기도 했다.



    정말로 충분했다.
    혹자들은 오래된 호텔이지만 좋았다. 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호텔도 많이 안가본 나로선, 신축호텔이 얼마나 좋은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나는 옛날 사람이기에 내가 생각하는 서울의 특급호텔은 다 오래됐다.
    낡아 있는게 당연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보이는게 정말 좋은 것이라 생각했다.
    기꺼이 놀러와 같이 즐겨준 친구들도 고마웠고,
    굳이 불편하게 호텔에서 출.퇴근 불사했던 남편도 새삼 고마웠다.
    평소 내 의견에 크게 반대하는 일이 없어 아무 생각없이 실현했는데, 호텔 출퇴근은
    일반 직장인에겐 글쎄... 나라면 하루 하고 당장 집에가지 않았을까 싶다.
    (회사에서 굳이 평일 휴양소 신청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 절대!!)
    집에 오기 전 토요일 부페에서 친구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내린결론은
    다시는 호캉스를 오지 않겠다기 보다는.
    다시 온다면 고작 하루 이틀 호캉스가 아닌 일 주일 열흘 묵을 수 있는 호캉스가 되지 않을까 였다.
    하. 자본주의...

    부페는 역시 조선호텔!! 무엇보다 가격과 음식 모두 대만족




    랍스터 주간이었나보다 .. 있는 내내 (이빨까지 아작내며 ) 랍스터를 실컷 먹었다! 야호야호!!

    매일매일 고마웠던 사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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