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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레이시아. 그 뭉근했던 기억들.
    여행 2022. 10. 13. 00:54

    정말 가는 것일까.
    여행의 짬이 쌓일수록. 급예약도 가능하지만 취소 급습도 가능할 수 있다는 마음이 들어 이국에 도착하기 전까지의 설렘은 커녕 여행을 간다는 현타도 안 온다.
    그 토록 원하던 여행 생활자가 되었나 싶기도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게으름이 설렘을 잡아 먹은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느긋했던 여행 준비.
    여느 때와 다르게 무엇이라도 하나라도 보탬이 되는 것으로 가져가고 싶어 마음이 바빴다.
    ‘다. 있다. 정말 다!’
    라고 언니는 말했지만, 가성비가 좋고,
    ‘오홋, 여기서 이런걸 하다니.!’
    를 느낄만한 무언가를 갖다주고 싶었다.
    (그러기엔 그들이 떠난지 몹시 얼마되지 않았다.)

    사실 회사를 다닐 땐 그럴싸하고 버거운 것도
    월급으로 간단히 커버할 수 있었다.
    휴직동안은 굳이 못할것 없지만. 늘 이성과 정신줄을 옆에 끼고 다니게 된다. 진작 좀 이리 살았으면 좋았을 걸 .
    잠시 뿐일 것이다. 복귀하면 나의 마음과 태도는 다시 돌아갈 것이다.
    아무것도 필요 없다는 말에 다 있지만, 에누리는 없다는 라면을 잔뜩 주문했다.
    어차피 빈 케리어로 갈 것이다.
    심지어 언니 집이라 내 간단한 옷가지 말곤 더 쌀게 없었다.
    추석이니 떡만들기 키트도 가져가볼까.
    몇날 며칠을 검색했는데, 적당한 키트를 찾았을 때는 사춘기 꼬마들에게 비웃음만 살 게 뻔하단 생각에 구입하지 않았다.
    아무리 떠올려도, 심드렁할 장면이 너무 생생했다.
    실제로 며칠 동안 냉동실에 꽝꽝 얼려 아이스팩과 보냉백에 포장해 가져간 떡은 . ‘ 맛있네’ 정도로 간결히 끝났다.

    이건 절대 실패가 없다!! 자신있었다!
    장바구니 튼튼한데 갖다줘야지!! 틈새가 아까워 보리차 티백을 쑤셔넣었다. 보리알만큼 등짝을 맞을줄 알았는데, 의외로 칭찬받았다🙀
    간결한 평가받고 곧장 잡아먹혔던, 서울 3대떡집 송편🫠


    싱숭생숭한 마음을 잡고 아침내내 뭐 더 챙길게 없을지 체크했지만, 아무리 봐도 할 게 없다.
    돌아돌아 멀리서 오는 듯 했던 콜택시가 순식간에 문 앞에 도착해 식겁했다.
    택시를 타고, 공항터미널에 가서 수속을 하고 공항 가는 길.
    왜 이리 마음이 희안했을까.
    다녀온 지금 생각하니
    보고싶었던 가족을 만나러 간다는 그 느낌 자체를 몰라서
    그렇게나 하루종일 이상한 기운이 가득했나 싶다.
    언제든 볼 수있고, 전화를 넘어 영상통..
    아니 일단 가족이 보고 싶다니.
    어느시대세요? 혹은 타지에서 혼자 사시나요?
    그래도 요즘 같은 시대에 그리움이라니.
    당연한 듯 그리움도 그리움과 가족이란 단어의 조합이 어색했다.
    (겪은 나 조차도 사실 아직도 그렇게 절실하지 않은 건 팩트🥲)

    앞으로 무조건!! 도심공항 이용하기로 맘 먹음😎



    제2 터미널은 처음 가본다.
    그러니까 대한 항공은 정말 오랫만이란 뜻이다.
    코로나도 대충 3 년이다.
    2019 시월 구이양을 마지막으로 정말 꽉 채워 3 년만에 공항으로 간다.
    어색하면 어쩌지🥲

    어색하긴!!! 너무 좋아서 눕고 싶었지🤭



    공항터미널에서 짐을 보내니. 출국 심사가 very 간단.
    승무원 출구로 휘리릭 나갔다.
    아 이젠 취소할 수 없는 시작이다.!
    보세 구역에 들어가면 드는 특유의 안도함이 느껴지고, 뭔지모를 사악한 설렘이 반겨준다.
    Would you somethig to 숍삥?ㅋ
    진짜 필요한게 없는데, 심지어 사고 싶은 것도 없는데 꾸역꾸역 면세점을 돌아본다.
    꼼꼼히 둘러보니 역시 사고 싶은 게 없을리가 없었다.ㅋ

    이게… 여기.. 있다고??? 그렇게 찾아헤매던 너희 둘이 .. 같이. 여기??
    사고싶은게 없.. 을리가 있나… 이스트팩 매고 들어가 당당히!! 얼마에염!!!!😤😤😤



    생각보다 비행시간이 길다는 것을 알아놔서
    다리가 부러질 듯 돌아다니고, 커피도 넉넉히 마셔두었다.
    벌써 피곤하여 왠일로 게이트 앞에가서 앉아 기다렸다.
    넓은 창에 파란 비행기, 파란 비행기.
    너무 오랫만인데다 언니를 보러간다는 희안한 감정에 자꾸 마음속이 아무일 없이 혼자 용암이 흘러내리는 기분이다.
    비행기가 델러온게 한참인데 왜 탑승안내가 없지.
    그럼 그렇지. 옆 게이트였규나ㅋ🤓🤓🤓


    나 델러 오는 중🤭🤭


    의외로 만석이었다.
    아니 이 평일에 뉴욕도 아니고 코알라룸푸르를 이렇게 많이 간다고???!!!!
    쿠콰르아아앙. 비행기가 떴다.
    최근 몇 년간 이륙전에 기절하곤 했는데.
    오랫만에 느껴보는 바이킹 타는 기분.
    안전하게 대기권을 벗어난 사인이 들어와 양치하러 화장실에 가는 길 . 그럼 그렇지 뒷자리가 텅텅 비었다.
    승무원에게 허락을 맡고 인생 처음으로 옆좌석에 발 뻗고 누워보았다.
    비지니스 클라스 같다며 혼자 좋아했다.
    야심차게 주문했던 시푸드 기내식까지.
    정말이지 특별식까지 먹으니 그새 퍼스트 클라스가 된 기분이다.😝😝😝
    (기내식이 두 번이나 나올줄 알았다면, 과일식을 시킬걸 그랬다.)
    간단히 하루 일기를 메모 하고, 영화 두 편을 보고 잠깐 잠을 자기로 생각하고 최대한 편안히 자리를 잡고 영화를 심사숙고해서 골랐다.
    두 편밖에 못보니까 실망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고르고 골라 영화를 틀고, 오랫만에 비행기
    쥬스도 먹고 와인도 마시고, 간식도 먹으며, 즐겁게 영화를 보.. 긴 커녕 바로 잠들었다.
    두 번째 기내식이 나왔다.
    시간을 보니 두 시간 가량 남았다.
    이미 끝나버린 보다만 영화를 볼 것인지(라고 하기엔 처음부터 보는게 빠른 상황) , 두 번째 영화로 갈 것인지.
    얼추 reply 해서 마지막으로 기억났던 구간을 찾고 기내식을 뜯었다
    #특별실#성공적#둘다좋았어!!

    오!! 생각보다 냄새가 괜찮았다. 비쥬얼은 나빠도 두렵지 않을만큼. 괜찮은 냄새가 났다_ 특별 기내식 장점 : 일빠로 준다! 😝

    두 번째 특별식 역시 성공!! 소스 없이 먹어도 충분히 맛있었다. 혹시나 싶어 챙겨간 저 드레싱. 집에 가서 아침 샐러드랑 먹었는데, 너모 맛있었다!!




    바램과는 달리 40 분후 공항에 도착한다는 기장의 안내 방송이 나왔다.
    자느라 놓쳐버린 기내 면세품을 부랴부랴 주문하고, 입국카드를 쓰고, 짐을 챙기고, 양치를 채 끝내기 전에 착률 사인이 켜지고 벨트를 맸다.
    한참 남았구만. 느낌상 고도가 높다.
    하지만, 수직 하강하지도 않았는데 바로 착륙을 했다.
    느낌 무엇? ;;

    비행기에 내리니 특유의 외국통로 냄새가 반겨준다.
    이국적인 흔적을 애써 찾으려 하지 않아도 , 낯선 언어, 뉴스에서나 볼 법한 복장들. 조용한 가운데 들려오는 생경한 언어들. 도무지 안내가 되지 않는 안내방송들.
    고작 A4 한 장에 써진 몇몇의 영어를 보고 꽤 긴 길을 걸어 나갔다.
    이렇게 가는게 맞나 싶을만큼 긴 길이었지만, 끝은 커녕 여러 갈림길이 나왔다.
    혼자 환승할까봐 열심히 같이 내린 한국 사람들을 따라갔다.
    그러면서도 도무지 믿음이 가지 않아 결국 외국인이게 물어보고 말았다. -_-;
    생각해보니 어차피 그도 이방인인데.

    온갖 이국적인 것들의 조합
    저리로 가지말쟈!! 아무리 짐을 줄 것 같이 생겨도. 길이 끝나지 않아도.. 저긴 안되..😶‍🌫️😶‍🌫️
    트레인 탈 때 진짜 망설였다. 이미 15 분 걸어왔는데. 출구 아니고, 트레인.. 이라고??




    문득 언니는 아이들과 이 길을 어떤 맘으로 걸어 나왔을까.
    기분이 찌릿했다.
    나처럼 어색하고 두려웠을까.
    너무 막막해 돌아가고 싶진 않았을까.
    다가올 입국심사가 너무 두려웠을텐데, 괜찮았을까.
    부디 아무생각없이, 아이들과 걸어가기 바빴길 바래본다.


    드디오 찾았다!!! 너모 오랫만이라 심사후 짐 찾는다는 것도 어색할만큼 혼미한 상태였다. 흡사 그냥 시골영감 상태🥲



    무서웠던 아저씨의 별거 없는 입국 심사를 끝내고, 그랩을 잡아 언니 집으로 향한다.
    나름, 꽤나 오랜 시간, 많은 나라를 다녔었는데,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을 떠올리면 , 미국의 그 어두웠던 하이웨이와 이쑤시개처럼 침엽수가 빽빽했던 핀란드의 외곽이 떠오른다.
    아무리 밝았던 파리의 외곽 빼곡했던 주택가를 떠올리고, 밝았던 유럽의 외곽 도시들을 떠올려도, 결국은 깜깜했던 미국과 핀란드의 어스름한 진눈깨비 가득한 날씨로 다시 돌아온다.
    언니가 기다릴텐데, 나땜에 잠도 못자겠네. 미안할 겨를도 없이 익숙한 마을의 이름이 보인다.
    다행이다. 아주 도시다.

    Sunway city


    내가 있든 없든, 좋은 인프라에서 살고 있었던, 있을 것이며, 곧 도착할테니 너무 늦게 잠들게하지 않는다. 다행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할 틈도 없이 친절한 그랩 기사는 웰컴토크가 풍부했다.
    응, 그만할래? 그래봐야 난 3 형식 이상 대화 불가얌.
    3 형식은 영어로 어떻게 말하지🤯
    계속 쇼츠같은 대화가 이어진다. 오, 흥이많은 친절한 자여.
    다 왔다. 휴 .
    끝까지, 처음 와보는 콘도라 빨리 게이트를 찾지 못해 미안하다고 또 기이일게 말했다.
    응, 괜찮아. 나도 처음이니까!! (짧대답)
    진짜왔네. 사진과 똑같은 집으로 내가 들어왔다.

    저런 표지판들을 보면, 급 계획에 야심차진다. (안 할거면서🙃) 그 와중에 너네 영국영어 쓰는구나;;
    갑자기 여기가 중국이..인가 .. 싶. 다? 🫢


    사진 속 훌쩍 커진 아이들을 만나러 올라간다.
    몇 번의 가드를 통과하고, 언니가 나와서야 사진 속 아이들을 만났지만😋
    안녕? 너무 반가워.
    아주 오래전 아가였던 조카들이 집에오면 느껴지던 마음이 모락모락 일어났다.
    모두가 일상인 와중에 혼자 울컥한 밤이 지나가고,
    나의 말레이시아 살아보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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