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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랫만의 외출 (feat . 동기)
    마음, 기분 2022. 10. 10. 01:14

    원래도 약속 없는 날을 좋아했지만. 코로나가 오면서 신명이 났다.
    공식적으로 회식도, 만남도, 외출도 다 금지가 되는 바람에 ,
    진심으로 행복한 시간들 이었다.
    혼자 먹는 밥도 더 이상 이상하지 않았고, 주말 내내 집에 있어도 누구하나
    안타까워하지 않았고, 혼자 다니는 일상도 더이상 괴이하지 않았다.
    자유롭지만 좀 특이했던 나의 일상이 드디어 권장되는 삶이 되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자유가 억압되며 나의 자유는 시작이 되었다고나 할까.
    휴직이 끝나가니... 혼자 누리던 일상은 조금 넣어두고.
    그 간 해보지 못한 것을 좀 해야하지 않을까.
    살살 밖으로 나다니던 즈음 , 동기에게 연락이 왔다.
    연수원시절 같은 방 룸메이트란 이유로라기 보단...
    비슷한 성격에 취향에, 라기 보다도...
    중요한 한 두 가지가 확고히 잘 맞아. 함께 하기 부담스럽지 않았고,
    가장 비슷한 점은, 차라리 내가 불편하고 마는 점과, 누구보다 자주적이라는 점.
    그리고 체력 쓰레기라는 정도..

    입행 후 짧은 여행도 가고, 덕분에 야구도 입문 했으며, 좋은 책도 나눠보고,
    쓴 커피 너댓잔 마시며 빡치는 마음 달래던 사이.
    정말로 십년은 아니었지만, 마음만은 십년 만 느낌이었는데.
    저어어어엉말 오랫만의 외출이었으며, 약속이 취소되길 바라지도 않았고, 심지어 약속시간보다 먼저가서 조금 기다렸다.
    약속시간 보다 먼저가서 기다렸다는 건 정말 드문 일. 진짜 만나고 싶었나보다 ㅋㅋㅋ

    오랫만에 후암동길이 반갑다.
    가드닝을 배우러 다니던 동네인데, 그 이면 도로에 이런 길이 있을 줄야.
    다음 주는 수업 후 혹은 전에 와서 좀 걸어보고 놀아보고 해야겠다.
    이런 구석에 핫플레이스라니, 미리 찾아본 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골목길이 었지만,
    시간이 남아 사이사이 돌아다녀보니... 음. 그래 이해가 된다.
    여기 사는 사람들은. 매일 이런 뷰를 보겠구나..하지만 택배는 누가 훔쳐갈 수도 있겠다.

    옛날 집이지만 정갈하고 갬성있게 가꾼 정성이 보였다.
    정겹지만 아이스크림 통 서주아이스 아니라서 아쉬운 옛날사람🥲



    시간이 되니 멀리서 상콤한 보석이가 보인다.
    이 시간에 자리 없음 어쩌나 동동거렸던 우려와는 달리 자리는 여기저기 빈 곳이 많았고,
    운이 좋게 한 텀 먹고 나갈 시간이기도 했고, 생각만큼 많이 붐비지도 않았다.
    작은 공간이었지만, 요밀조밀 사이사이 자리가 있었고,
    인스타 특유의 불편한 자리 였지만 어느 자리에서 찍어도 사진은 잘 나오겠다 싶었다.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하고, 올라가 자리를 잡고, 사진만 찍을 수 있는 자리에 앉아 사진도 찍고
    음식이 나와 내려가려는데.. 이런.. 여기 앉아도 되는 자리인가? 싶을만한 자리가 비었다.
    냉큼. 보석이가 자리를 맡고, 원래 자리에 있던 우리의 짐을 주섬주섬 챙겨왔다.

    마침 저 외국분들 덕분에 제대로 여행갬성



    오랫만에 만나도, 대화 끊길 일도, 말하는 중간 끼어들 일도. 지루한 이야기도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이런 내 취향에 맞는 대화가 얼마만인지. 얘기하는 내내 이질적인 느낌이 하나도 없었다.
    굳이 맞춰주는 대화를 할 일도 없었던 탓일까.
    자연스레 내 일상을 얘기하고, 공감받고, 새롭게 알게 된 이야기들도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나와 관련 없지만 흥미로운 이야기, 관련 없지만 알게되어 유익한 이야기, 관련도 없고, 그저 공감이나 이해만 해줘야 하는 이야기 , 관계 있지만 재미 없는 이야기 등에 지쳤던 많은 시간들이 지난 2-3 년간 나름의 해독이 되었던 것인지.
    오랫만에 박수를 치며,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상황이 되어서인지. 매끄럽지 않거나 불편하고, 피곤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20 대도, 30 대도 함께 했던 기억이 많았던 탓에 오랫만에 만나도 전혀 단절되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기꺼이 받아들인 우리의 지금이 조금 편안하고, 많이 감사하다며, 다행이라고.
    우리도 이제 사회화가 그래도 많이 됐구나.. 결국은 그래서 우리도 회사 친구만 남는구나.
    뭐 처음부터 이럴줄 알았겠지모.. 알지만 싫어서 조금 오래 발악했던 것이며.
    그 젊은 날을 절실하게 살지 못해 반성도 되지만, 그만큼 편안하고 좋은 시간이었겠지 위안했다.
    그 시간에 함께해 준 친구들도 새삼 고마웠다.
    정말 남이 보기엔 초딩만 간신히 면한 외로운 사자같던 마음을 안아주고, 알아주고, 함께해주었으니.

    쾌청한 날씨와 오랫만에 좋은 만남과, 더 오랫만에 만난 핫플레이스, 인스타 라이프에 기분이 상큼했다.
    딱히 또 할 일도 없었지만, 그저 걸었던 남산 길도 좋았고.
    이런 스케줄이라니, 조금 어려진 기분도 들었다.
    남은 시간은. 많이 걷고, 느끼고, 만나며 사회인 OJT 하다 돌아가야지.

    PS. 분명 나중 후회할 걸 알기에 미루고 미룬 글쓰기도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꾸역꾸역.

    굳이 분류를 넣다보니 까페라서 양심상 까페 소개

    셋트메뉴_ 정확한 이름은 기억이 안나지만 샌드위치 셋투/ 연어빼고 아보카도빼고 남은 것

    3 층 안 쪽 자리에선 남산타워가 보인다

    요 자리는 사진만 찍을 수 있다.
    운 좋게 우린 저 맞은편 똑닮 자리에 앉아서

    내내 요런 뷰를 보며 부런치 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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