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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월10일
    제주,기록 2022. 2. 13. 01:53

    드디어, 예정되어 있던 손님들이 오는 날이다.
    제주에서 첫 번째 게스트다.
    친애하는 전 팀장님, 그리고 지금은 그냥 언니.
    가장 최근에 내가 먼저 친해지고 싶었던 사람이다.
    한 9년전 쯤?
    느낌상은 처음인데, 그럴린 없겠지. 살면서. 설마 처음일까.음. 그래
    (가능성은 높지만 아닌걸로 해두자)
    아이와 함께 온다.
    김정은도 무서워 한다는 중 2 아들과.
    어려서부터 보아왔지만,
    여전히 착한 아이지만,
    어떻게 대해줘야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부족함 없이 유복히 지내온 아이에게
    뭘 어떻게 대해줘야 재미있고, 좋은기억으로 남을까.
    무심하지만, 동동거리는 마음이 서울서부터 함께 했다.
    막상 3시 비행기라 공항은 느즈막히 가면 되는데,
    어제 저녁부터 준비가 분주했다.

    아침은 여전이 여유있게 일어났고,
    운동은 괜한 마음에 스킵했다.
    서울로 귀한 카라멜을 하나 보내주고.
    (정말이지 우체국 가는일은 크흐은 일이다..바로앞인데도)
    마음의 큰 짐을 덜고, 함덕 해변으로 나가본다.
    어제부터 물색해 놓았던 미용실에 들어갔다.
    '파마해주세요.'
    이 정도는 해야, 타지에서 사는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일탈? 같은건 일절 아니지만, 그냥 살면서,
    지루한 척 파마를 말았다.
    젤리펌 해주세요.
    - 여긴 일반 파마만 됩니다.
    그럼 그렇게 해주란(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_ 제주방언이다) 아니 해쥬세염;;
    두 시간이면 되죠?
    시간이 느긋한데도, 혹시 모를 어긋남이 있을까 마음은 벌써부터 분주하다.

    그렇게, 두 시간 후 예정된 후회를 하며 집으로 돌아온다.
    길을 걸을뿐인데도 너무너무 부끄러웠다.
    어차피 날 아는 사람도 없고.
    느낌은 동네 해녀 아줌마 같다.
    현지화에 성공한 기분이다.
    (제주 사람들이 들으면 봉기할 일..)
    중요한 건, 외식을 못하기에, 비행기 여독을 풀만한
    따뜻한 음식을 준비해놓고 싶다.
    최소한, 오자마자 밥을 퍼서 맥여야 한다.

    그냥 있기엔 아까운 시간이고, 카레를 하기엔 13분 가량이 부족하다.
    랜딩하고, 짐을 찾고, 공항에서 걸어나오는 시간이 있으니.
    나오는 길에 그들이 화장실을 들러주면,
    내가 바로 끼이익하며 야도칠 수 있다.
    버스를 타고 오겠다 하여 쿨하게 버스 번호를 알려줬지만,
    낯선 곳에 있는 나를 찾아오는 이의 마중을 안나갈 자신은 없다.
    12시까지 쿨한척 했지만, 2시의 나는 마음이 너무 분주하다.
    많이 설레였다.
    마음은 설레이고, 당근을 써는 손길이 분주했다.
    손을 다칠까 조심조심 카레 재료를 썰어 보글보글 끓여본다.
    타지에 있는 나를 방문해주다니. 영화같다. 그리고 고마웠다.
    고작 며칠인데 이렇게 반가울일인가.
    사람의 마음이 참... (혼자 있고 싶다며)
    하와이 같은 오늘 날씨에 마음은 공항으로 훨훨날고 있다.
    (푸드덕 푸드덕)
    들어오면, 시원한 김치를 정갈히 놓아주고,
    따뜻한 밥에 카레를 얹어 대접해야지.
    갑자기 떠올린 카레가 담긴 그릇마저 낭만적이다.

    공항을 가는 길에 햇살이 참. 이것도 영화같다.
    하와이에 온걸 환영한다고 드립을 칠까..
    중 2에게 무시당하겠지.
    상상나무의 열매를 그려가며 공항에 도착했다.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바람이 불어 그 시각까지 랜딩에 성공하지 못하고
    하늘에 있다고 문자가 왔다.
    와, IT 강국 코리아.
    (이런건 예전 얘기가 되지 않으면 좋겠다. 오랫동안)
    이 바람에 사람많은 공항에서 손님을 기다리게 하지 않은것은 다행이지만,
    그 지루하고 어지러운 시간이 걱정이 됐다.
    사실 그리고 오늘 제주 바람은
    심각할정도로 많이 어려운 바람이었다.
    그냥 보면 하와이 같은데, 롱패딩에 털모자를 써도 추운 바람이었다.

    (별 볼일 없는 시골길도 마음이 가만히 있질 못할 햇살였다.)


    ‘우여곡절 끝에 공항 로비에서 만나 집으로 잘 돌아왔다.’
    가 결론이다.
    반가운 마음에 뒷 발 한 번 팔짝 한 번 뛰어주고 싶었지만,
    나오는 말들은 실룩실룩 시니컬하다.
    얼른 데려가서 따뜻한 걸 먹이고 싶다.
    가는 길도 예뻤으면 좋겠고, 나의 제주 집도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집으로 돌아오니,
    중 2 남학생은, 아무말이 없다.
    괜히 눈치가 보여 꼰대같은 농담을 건내본다.
    따라오지 않은 그의 누나에게 서울에서 전화가 온다.
    '야 여기 진짜 좋아, 집이 정말 너무 좋아'
    그 이후 다른 말은 그닥 들리지 않았다.
    다행이다. 남은 한 주는 좋은 시간이길.
    우리 재미있게 지내자!.
    제주에 온 걸 환영해.

    ——————————————————————————

    이제 며칠을 밀렸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가책따위 당연히 없다.
    즐겁게 기록할 자유함을 얻은 것 같다.
    좋은 습관을 들이고 , 그러기 위해 지키고자 했던 몇가지들은
    결국 그렇게하면 마음이 조금 편해질까 싶어서였다.
    굳이 그런 것들을 하지 않아도, 조금은
    마음이 내려놓여진 것 같다.
    무언갈 해서 좋아질 수 없다면 그대로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겠지.
    기다리며, 무언가를 시도해보며, 내려놓기도 하고, 실망하고, 다시해보고.
    그러면서 조금은 쫀쫀해진거겠지 싶기도 하다.
    내일부턴, 놀러 다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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