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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월 20일
    제주,기록 2022. 2. 22. 02:13


    이런, 알람을 못들었구나.
    당연한 일이다. 어제도 선배언니 아들과
    밤샘 농담을 하며 늦게 잠들었다.
    초저녁 잠이 많은 나는 그 시간을 넘기면 , 밤을 꼬박 지내도 잠이 안온다.
    애써 잠을 들고 좋은 습관을 들여야 할 몸뚱이인데,
    회사를 다니니 어려웠고, 쉴 땐 놀고싶어 불가능하다.
    밤이 좋으니까.
    성공한 사람들은 다 아침일찍 일어난다는데, 휴.

    부랴부랴 씻고, 온라인 예배를 드리고,
    아침을 먹고, 잔잔히 햇볕을 쬔다.
    바다가 보이고, 창도 크고, 해도 잘 드는 이 집에서,
    나 혼자 아침에 꼭 하는 것은 햇볕을 쬐는 것. 이다.
    어렸을 때 학교에서 외국 사람들은 햇볕을 잘 못봐서 비타민 디를 복용한다는 말을 듣고 너무 충격을 받았는데,
    비타민 디 부족하여 처방을 받던날.
    드디어 나도 영국 사람이 됐구나.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 서양사람처럼 살고 있어.
    이제 나도 외국인이야!
    ….

    이 곳에 와선 꼭 바람을 쐬고, 햇볓을 쬐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자연스레 뛰어 나갈줄 알고, 집 앞이 해변이니 심심하면 나가 걷다 지겨운 제주 바다가 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고, 제주 바다는 지겹긴커녕 사실 혼자 조금씩 익숙해지고 좋아지고 있다.
    큰 일이다. 이 사람과 사랑에 빠지면 안되는데.
    흡사 저런 기분이다. (참나, 혼자뭐함?)

    산책을 나가자 하니 중딩이 반겨할리 없다.
    신화월드를 가자고 꼬셔본다.
    주문한 레드향도 찾아올겸.
    역시나 , 오랜 제주에 지쳤다며, 쇼핑몰을 향해 신나게 내달렸다.
    제주에 새로 생긴 아울렛으로 출발!
    하지만 , 역시나 그닥 살 건 없었고, 그리웠던 스타벅스 리버브와 오슬로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돌아왔다.
    달콤한 문명의 맛이랄까😏

    오랫만에 테디베어 스토어도 들러보았다.
    너무 귀엽다며, 극찬만 하고 사지 않고 돌아 나왔다.
    이젠 어른이다.!!!!

    그럴리가 , 스벅에서 혼자 고민하다 이니셜이 새겨진 곰돌이를 언니몰래 혼자 사서 나왔다.
    이게 뭐라고 걸릴까봐 조마조마

    진짜, 이게 뭐라고 ….
    무려 자석 곰돌이다. 집에가면 냉장고에 붙여둬야지.

    지나가는 길이었던 금악마을.
    백종원이 코칭해준 음식점이 있다며 급히 세워 먹으러 갔다.


    이 집은, 풍경 맛집이다.
    타코를 좋아하는데, 과카몰리와 사워소스가 없는 타코는 많이 아쉬웠다.
    뭐랄까 나는 타코만큼은 자극적인 히스페닉 아이덴티티가 쭈뼛할만큼 느껴지는게 좋아서 , 그 어떤 것도 빠지는게 싫다.
    먹을 때도 손에 쥐고 입에 넣었을 때 소스가 옆으로 질질 흐르는 걸 스읍스읍 한 방울이라도 흘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그럼에도 휴지로 닦아가며 빈 맛이 없게 먹는걸 좋아하는데.
    타코는 정열적인 음식인데. 암튼 이 집은 풍경 맛집이다.
    비난할 마음은 없다. 정갈하고, 친절하게 내어주었다.
    그냥 내가 정의해둔 타코의 아이덴티티와 먹은 의식이 맞지 않았을 뿐.
    풍경만큼은 또 그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제주아이덴티티가 있는, 풍경 맛집이다.
    ….
    별 볼일 없는 일정을 연타로 소화하고 돌아오는 길의 바람이 거세다.
    제주는 날씨요정이 함께해야 하는데,
    오늘은 바람이 너무 거세 해변가를 걷지 않았을 정도였다.
    도무지 걸어 나갈 수 없는 바람이었다.
    아무 일 없겠지만, 무슨 일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을만큼의 세기였다.
    진심으로 태평양보다 남태평양보다 강력한 바람이었다.
    바람 좋아하는데.
    조금만 더 따뜻하게 불어주면 좋겠단 마음.

    덕분에 돌아오는 산길에선 악셀을 밟지 않아도 가속이 붙어 브레이크 조절이 힘들었다.
    자연이란.
    이 곳에 오니 또 내가 좋아하는 삶이 기억난다.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삶.
    혹한과 혹서엔 추위와 더위를 피해야 하고 몸을 보호하며, 새로운 절기를 위해 힘을 비축해야 하는데,
    도시에선 전혀 먹히지 않는 삶이다.
    개구리도 추울 땐 겨울잠을 자는데, 인간은 눈이와서 전철이 끊겨도 출근을 반드시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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