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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월 16일
    제주,기록 2022. 2. 23. 01:27

    딱히 할 일 없는 아침을 셋이 맞이했다.
    무언갈 하면 좋겠지만,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아무 할 일이 없는 이 시간이 나쁘지 않다.
    서로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두 어른이 한 아이가 맛있게 먹이기 위해,
    먹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차린건 없지만, 정성스레 아침을 준비하는 시간도 좋았다.
    따뜻하게 햇빛을 쬐고, 차를 마시고,
    간단하지만, 배부른 아침을 먹으며 한 시간 남짓을 보낸다.

    오늘은 유독 간단히 아침을 먹고,
    아침부터 웅변대회처럼 떠든 까닭에
    다음 일정은 자연스래 외식이었다.
    거한 생선구이 정식을 먹고, 먹은만큼 조금 걷다 들어가자
    자연스럽게 두 어른이 거짓말을 한다.
    풍경이 좋으니 아이도 너그럽게 속아준다.

    걷자고 제안하며, 기왕 이곳에 왔으니,
    부캐로 살다가야 하지 않나 싶다.
    서울처럼 살 것 같았음 여기에 올 이유도 없었으니까.
    이미 수일이 지났지만, 미뤄둔 부캐를 구상하며
    산책을 나섰다.

    (흔한 제주 바다 한 컷_ 날씨 안 좋은 날 대충 찍은 사진)



    사실 이미, 제주에 온 첫 월요일 이름은 정했었다. 힛
    '김릴케'
    이유는 간단하다.
    아침 햇볕이 좋아 뭐라도 읽고 싶어 검색한 시가 하필이면 릴케라서.

    쌀쌀한 도시에서
    손을 잡고서
    나란히 둘이 걷는 사람들만이
    언젠가 봄을 볼 수 있게 되리라.
    <수만은 기적을 일으키는 중_ 릴케>

    여기에 있는 동안은
    따뜻하게 지내고 가야지.
    용기도 내고, 하고 싶은 말도 해가면서,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지내다 갔으면,
    많이 걷고, 많이 웃고, 아침엔 일찍일어나며,
    책도 읽고, 좋은 시간 보내는. 한가한 김릴케로 살다가야지...
    했는데.
    아 할 일은 모습만 다를 뿐 여기서도 많구나. ㅋ
    하루에 6킬로를 걷고, 책도 보고, 놀러도 다니고,
    양파랑도 많이 놀고, 친구들도 맞이하고, 좋은데도 많이 걷고,
    바람도 많이 쐬고, 햇볕도 많이 쬐면서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기까지 해야한다니.
    아...신붕선생 -_-;;;;


    긴 산책 끝에 만난 우리들의 스벅.
    가고싶어서라기보다는, 너무 바람이 가혹해서,
    삽시간에 수십명의 사람이 이 곳으로 모였다.
    스타벅스라고 쓰고, 대피소라고 읽는다.

    덕분에 나도 보았다.
    함덕 하와이.
    이런 곳에 내가 왔다니...
    그렇게나 많이 왔는데, 이제 봤다니.
    내가 왔다. 하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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