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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월24일
    제주,기록 2022. 3. 1. 23:30


    그럭저럭 좋은 하루의 시작이다.
    느릿느릿 일어나서 처어어어언천히 스트레칭을 하고, 스으을슬 침대밖으로 진입한다.
    느으으릿하게 커피를 내리고,
    슬금슬금 음악을 틀고, 커튼을 치고, 잠깐 햇볕도 쬐고,
    커피잔을 처어언천히 꺼내서 커피가 내려지길 기다린다.

    그러면서 오늘은 어딜 가볼까.
    또 천천히 여기저기 검색을 하다
    아, 가긴 어딜가냐. 아 진짜 날씨 정말 거지같네.
    하며 창밖으로 보다가, 핸드폰을 집어 들다가.
    그렇게 한 시간 넘게 아침을 먹는다.
    연예인이냐고 ㅋㅋㅋㅋㅋ..

    제주의 날씨는 영국과 비슷하다.
    하루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 들어있고.
    바람은 기본으로 달고 있다.

    도무지 오늘은 을씨년스러운게 좋아질 기미가 없다.
    기다려봐야 아무 의미없다 싶지만,
    햇님이 나오길 기다리며,그릇을 씻어놓고,
    청소기를 돌린다.
    그럼 그렇지..오늘은 집이닷.
    아니지... 은근 며칠 남지 않았다.
    나가자.!! 마치 혁명군처럼 잠바와 차키만 집어들고 집을 나선다.
    일층에서 주차하던 양파 가족과 만났다.
    중학교에 입학하는 아들 교복 찾으러 온 가족이 함께 다녀온모양.
    같이 놀러 가자 하고 싶지만, 이들에겐 일상이다.
    여행을 온 이방인이 현지인의 일상을 건드리는건,
    예의에 어긋나는 짓이다.

    하지만, 예의를 차릴겨를도 없이 양파가 어디가냐고 묻는다.
    ( 어디가긴, 너가 같이 갈 수있는 곳이지 )
    딱히 갈 곳도 없었지만, 당연히 함께할 수 있는 쪽으로 말해버린다.
    차 문을 탁탁 닫고 부앙 출발하는 순간.
    마음속 이미지는 이미 덤보처럼 양파를 태우고 45도로 날아오른다.
    희안하게 함덕만 벗어나면 날씨 요정이 나타난다.
    (나중에야 알았다. 제주 동북쪽은 날이 별로 좋지 않다는걸.)

    현지인이 소개한 인스타 핫플레이스 중 주차하기 편한곳으로 향한다.
    '현지인만 아는 맛집 같은데 없어?'
    - 어, 현지인도 서울사람이 좋아하는 곳을 좋아해.
    .....
    그래, 사람 마음이야 뭐.
    현지인도, 인스타 사진이 이쁘게 나오는 곳이 좋겠지.



    까페의 외관은 오키나와 어느 시골의 오래된 찻집 같았고,
    들어가보니, 역시나 사람은 많았지만, 어디에 카메라를 갖다 대도 엽서같은 곳이었다.
    커피맛도 훌륭했고, 디저트도 꽤나 맛있었다.


    비현실적인 풍경에서, 아이들 이야기, 교육이야기, 먹고사는 이야기.
    어색한 현실적인 이야기로 가득했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살고 있다고 느끼는건 이런 순간이었다.
    나이에 맞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매일매일의 일상일 뿐인데 아직도 나 혼자만 너무 어색한 순간.
    너무나 많은 이야기에 공감하며, 심지어 꿀팁 노하우를 이야기하면서도,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는 기분이다.
    돌아서면, 기껏 책에서 본 이야기를 잔뜩 쏟아낸 느낌이다.
    그 누구보다도 나의 이야기이지만, 전혀 나의 것 같지가 않을 때가 부쩍 많아진다.
    잘 살고 있지 못한걸까. 잠깐 쌜죽해야하는데, 그럴 겨를도 없이,
    아쉽고, 수다가 끊이질 않는다.
    너무 오랫만에 만나서. 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육지의 그 어떤 친구들보다 자주 만나는 사이인데,
    물리적인 거리감이란 ..
    짧은 휴식후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여행도 이제 후반부로 접어 든다.
    이젠 여행이 일상이 된 듯도 하지만, 여행중이라고, 일상의 다사다난함도 여행중이라고 무시할 수가 없다.
    대충하던 것에 조금 마음을 더 써본다.
    정성껏 밥을 지어 먹는다던지, 정갈히 청소를 하고 정리를 한다던지.
    여전히 잘 되지 않지만, 나름의 질서가 잡히기도 했다.
    떠나기전에 뭘 해봐야 할까. 뭘해야하지.
    마음이 분주해지고, 불안해진다.
    이러려고 온게 아니라고 그렇게 다그쳐도, 어쩔수 없이, 가성비와 끝장판을 외면할 수 없는.
    자본주의 끝판왕의 하루가 잘 지나갔다.

    오늘도 좋은 하루였니?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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