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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월 26일
    제주,기록 2022. 3. 2. 00:34


    따뜻한 토요일이다.
    남편이 내려오기로 한 날이고,
    존경하던 내 마음 속에선 최고의 천재 같았던 이어령 전 장관이 주의 품으로 다시 돌아가셨다.
    무심코 네이버뉴스를 보다 마음의 호박이 쿵 떨어졌다.
    이제는 죽음의 의미가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비로소 말년 제대를 하듯 다시 평안한 영원한 안식이라는 말이 무슨의미인지 아주 조금 알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상이라는 말은 유족에겐 굉장히 잔인한 단어라는 생각도 든다.
    어떤 의미인지 충분히 이해하지만, 어떤 위로를 할지 모르겠다면, 잠시 접어두어도 괜찮은 단어라는 개인적인 견해.
    비로소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는 축복과는 전혀 다른 차라리 상처에 비슷한 느낌인건 무슨 이유인지 잘 모르겠다.
    인사를 받는 주체가 달라서일까.
    안식을 누리는건 망자 본인이다. 비로소 세상의 모든 미련, 근심, 무거운 짐을 내려두고, 왔던 곳으로 돌아가 안식을 누리는 것. 에 대한 이해와.
    반대로 남아서 긴 시간 그리워해야할 유족에겐 호상이라는 단어가 그닥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마음에서일까.
    차라리 상처에 가까운 단어라는 마음이 있다.
    그 의도를 모르지 않고, 위로를 건내는 마음은 충분히 감사하나, 그 긴 헤어짐에 좋을 호가 붙는다는건.
    그닥 내 정서엔 와닿지 않는다.

    일면식도없지만, 아니 몇 번의 강연에선 뵌적이 있구나.
    굳이 사이라는 표현을 한다면,
    작가와 팬의 관계, 작가와 독자 정도의 사이지만,
    정말 어린시절부터 좋아했던 글이었다.
    근엄하고, 단호할 것 같아 펴든 그의 글은 늘 따뜻하고, 겸손했으며, 노력했고, 사랑이 넘쳤다.
    사물을 보는 매사가 참으로 기발했다.
    좋아하는 작가가 몇 없는데, 이젠 좋아하는 한국의 작가는
    모두 고인이 되었다.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을 정도로 애잔한 마음이 가득했다.
    심지어 유명한 가수가 세상을 떠났을 때보다 더 하루가 스산했다.
    아 나의 마왕은 이어령 전 장관이었구나.
    복잡한 마음으로 남편을 마중하러 공항에 간다.
    다시 현실 모드다.

    이 곳도 주말은 시내도, 외곽도 나름의 트래픽이 있다.
    게다가 토요일 오후 공항이라니. 보나마나 주차장은 주차공간이 없을테고,
    어설프게 들어갔다 서로 만나기만 어려워진다.
    차라리 남편이 공항에 내리는 시간보다 늦게 도착할 수 있게 출발했다.
    게이트에서 샥 태워서 문을 탁 닫고 부앙 출발하는게 최선이다.
    늦게 출발한 주제에 일찍 도착할까봐 마음이 전전긍긍하다.
    갑자기 오른 유류비에 가는길에 포진한 최저가 주유소에 들러 주유도 한다.
    서울에 비하면 평일 오전 정도이지만, 오랫만에 많은 차를 보고, 심지어 길도 막히니,괜히 너무 어색하다.
    결국 남편이 십분 정도 기다렸다.
    오랫만에 남편을 보니, 그 분도 어색했다.
    '반가워' 라고 말해주면 좋았을걸.
    '아이구, 오랫만에 또 만났네'
    웃기지도 않고, 별 감흥도 없고, 웃기라고 한 말은 아니지만.
    이젠 유머보다는, 좋은 말을 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남편이 오면 으례히 양파네 부부가 저녁시간을 함께 해준다.
    여러번 와도 웰컴모임은 빼놓지 않고, 맞이해준다.
    시간이 곧 돈인 직업인데, 이렇게 기꺼이 시간을 내줄때마다 고맙고, 감사하다.
    계산없이 좋은 마음도, 유쾌한 시간도, 기꺼이 반겨주는 마음도.
    언제그랬냐는 듯, 웃다 잠들었다. 사람의 마음이란..참.

    '오늘도 좋은 하루였어?'
    - 응 괜찮고, 감사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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