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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월 1일
    제주,기록 2022. 3. 10. 03:33

    대한독립만세!!


    느릿느릿 일어나, 삼일절 방송으로 보려고 티비를 틀었다.
    나름 챙겨보는 프로그램이다.
    삼일절 기념방송, 현충일기념방송, 제헌절 기념방송 , 개천절 기념방송 같은.
    국경일 기념방송. 그리고 그 때 나오는 각 절기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희열도 있다.
    의견없이 생각없이 보기 좋은 방송인데, 굳이, 자꾸 집중이 된다.
    얼른 티비를 끄고, 다른 곳으로 집중해본다.
    나름의 정성을 쏟아 남편에게 아침을 차려주고,
    그 동안 누렸던 제주에 대해 중언부언, 미주알 고주알 쏟아낸다.
    밥을 얼른 먹이고, 외출에 채찍질을 가한다.
    조금만 늘어지면, 우리 둘다 분명 실내복 차림으로 이렇게 남은 연휴를 보낼 것이다.
    게다가. 이제 제주 안녕인데ㅠ


    새롭게 중학교를 가는 아이와, 개학을 하는 아이의 학부형인 양파네 집은 하루종일 분주하다.
    이번주 내내 그랬고, 오늘은 특히 방학의 마지막 날이니,
    엄청 바쁠 것이다.
    계속 들락거리는 복도에서 소리가 들린다.
    간만에 느껴보는 새학기의 기운이다.
    그냥 마음이 두근거리고, 기분 좋아지는 사운드다.
    우리도. 나가잣!
    역시나 오늘도 날씨는 별로지만. 차를 끌고 부앙부앙 나가본다.
    역시나... 옆동네 김녕만 지나면 햇님이 샤라랄라라라라~ 반갑게 맞이해준다.
    날씨가 흐리단 이유로 집에만 있던 나에게.
    그러게 좀 돌아다녀보겠니? 라고 볼 때마다 청유하는 느낌이다.
    동북쪽이 날씨가 안 좋다더니..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또 함덕은 함덕 하와이가 있고. 그 무엇보다 친구양파도 있고.
    스타벅스도 있고, 배달도 되고, 갈 일 없지만, 베스킨라빈스도 있으니.

    생각하니 참 이유 자체가 언뜻 비현실적이다.
    날씨요정을 그 지명이 가진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포기할 만한 이유가.
    신세계 백화점이 있는것도 아니고,  그 흔한 샤넬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아니면 제주 특유의 해변가의 집도 아니고, 그 흔한 귤밭 한가운데 고요한 집도 아닌데.
    스타벅스, 배달,친구에 발목을 잡히다니.
    역시나, 행복은 별거 없다는 진리. 그리고 매일의 삶은 그런 절대 특별하지 않아야 하고, 자잘한 것들이어야 윤택해진다는 나만의 진리.
    진짜 나에게 필요한건, 들어가보지도 못하는 쇼인도에 비친 까멜리아 꽃잎보다,
    일생 지내보지 못했던 광활한 오션뷰의 혹은 귤밭뷰의 전형적인 제주 숙소보단,
    몇발 더 걸어나가 맞이하는 바닷가, 그 바닷가를 바람 싸대기 맞으며 걷다 만날 수 있는 흔한 , 우리 동네에도 있는 스타벅스,
    너무 추워나갈 엄두 따위 실종된 날, 털실내화 신고 두개 타서 양껏 마시는 맥심 한잔.
    심지어, 귀찮으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배달이. 그 이유라니.
    결국은 그런거라고. 마음에게 단디 시킨다.
    그리고 지붕사이로 보이지만, 우리집에서도 바다가 잘 보인다. 그리고 그 바다가 얼마나 멋있는데. 사진으론 주장해봐야 소용없다.
    모든게 그렇듯 좋은 건 사진으로 담을 수 없으니까.

    빼꼼, 광활 ‘빼광뷰’



    남들은 모두가 부러워할 제주살이였지만,
    나조차 이렇게 만사 걸리는 것없이, 해볼 수 있을거라 생각조차 못했던 귀한 시간이지만.
    사실 나는 생각만큼 아주 좋지도, 기쁘지도, 신나지도.
    그렇진 않았던 것 같다.
    예상대로 1월은 많이 아프고, 다운되어 있었으며,
    한 달 정도면 회복이 될 것 같았던 몸과 마음의 상태는
    맹독까진 아니지만, 봉독 정도는 남아있는 기분이다.
    신나게 미친듯 즐기지 못한건 나에게, 제주에게 미안했다.
    이런 손님 처음이지?

    그래도 짧은 제주 살이에
    너무 좋았던 건.
    바다를 마음대로 누릴 수 있었던 것.
    길을 가다보면, 아파트 건물 사이가 아닌 골목 사이가 보이는 것도 신기했는데,
    그 골목 끝은 늘 바다가 보였다.

    동네에서 자꾸 여기저기 바다 보일거냐규🥲
    자꾸 집사이로 바다 보일거냐고…


    몇 발 더 나가서 쨍하니 걷는 해변길도 좋았지만 (말모말모)

    흔한 집앞 해변


    고만고만한 동네 가게 사이로 쀼잉
    파란바다가 보일 때면.
    가장 비현실적인 기분이었다.
    호텔과 편의점 사이로 바다가 보인다고?
    고깃집 끝이 파란색이라고.
    그래, 이게 제주야. 너는 지금 제주라고.
    웃어, 웃어봐. 좋아해! 좀 즐겨줄래?
    가장 솔직하게 제주와 마주하는 순간같은 기분?

    비현실적인 시간을 아무 감흥없이 일상으로 한 달을 보냈다.
    거만한 인간.
    어느 새 성산까지 왔다.
    방금전까지 자아비판이 무색하게 또 혼자 감흥에 빠진다.
    바다가. 왜 이렇게 아름답지.
    왜 이렇게 동네마다, 같은 바다가 없는거지?
    어렸을 땐 엄마가 그렇게나 이거봐라 저러봐라
    하며 보여주는 아름다움에 공감하지 못했었다.
    별 감흥이 없었는데,
    무얼봐도 감흥이 없는 엄마나이가 된 내가 자연앞에선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다.
    바다를 보며 미친듯이 외치고 나니 갑자기 또 할일이 없어진다.
    남편에게 물어본다.
    '그런데, 보통 여행을 오면 다들 무엇을 하지?'

    - 사진도 찍고, 함께 셀카도 찍고, 그럴싸한 커피집, 맛집도 다니고.
    '그게 여행인건가.'

    나 진짜 여행 많이 했었는데, 나는 그 동안 지구를 그렇게 싸돌아다니며 뭘 했었지?
    그냥 감탄만 했나? 늘 놀라기만 했나? 무얼봐도 다 신기하기만 했었는데.
    진짜 별게 다 신기해서 명소를 찾아다니기보단, 그냥 도시를 마냥마냥 걸었던 것 같다.
    심지어 명소를 찾아 걸어가다 정작 못간곳도 한 두번이 아니었다.
    마치 횡단보도 흰 금을 다 밟아서 건너가야하는 4살처럼.
    지나가는 골목골목 하나하나를 다 놓칠 수가 없어서.
    지금 생각하면 진짜 별 것도 없고, 그냥 동네 뒷골목일 뿐인데.
    그 유명하다는 미슐랭식당은 커녕, 지다가다 만나는 푸드코트나 조그만 식당에서 복불복 식사를 하고.
    그래도 커피만큼은 신경써서 마시러 다녔던 것 같고.
    그러면서 하나하나 미친듯 예레기들을 모으고.
    그랬었구나..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우린 결국 다시 동네로와 함덕 짬뽕장인이  만들어준 짬뽕과 짜장면 탕수육을 먹고, 커피는 제주시로.
    나오는데 지나가던 양파가 차를 세우고 손을 흔든다.
    세상 반가움. 동네주민이 된 기분이다 .
    이제 조금 익숙해진 기분인데, 잠깐 쩜쩜쩜. 머뭇거리다 차를 탔다.
    공항으로 갈 것도 아닌데, 공항근처 커피 맛집을 찾아간다.
    정말 비합리적인 루트인게, 다시 집으로 가 약간의 휴식을 취하고, 다시 공항으로 갔다. 남편은 서울로.


    아, 그래. 모든 여행의 패턴이 다 비슷하고,
    그러면서 무계획으로 잠깐의 충동질과 의무감으로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여행도 있었구나.
    사이다 한 모금같은 것이다.
    햄버거를 먹을 땐 너무 간절하지만, 굳이 아무일 없이 마셔봐야 속만 부글거릴 뿐.
    가끔은 그럴만큼 여행을 많이 했구나.



    …………………………………………………………….

    그 날의 메모를 보며 떠올려보면
    그 날은 참 신기한 날이었다.
    일단 아침부터 날이 너무 을씨년스러워 기분이 별로였었고,
    아침부터 일찍 나가 놀고 싶었는데, 날씨도 안좋고, 우리둘다 늦잠을 잤었고.
    신나게 놀아야 하는데, 돌아갈 날짜가 얼마 안남아 어이가 없었고,  
    그럼에도 순간순간 팝콘처럼 마음의 온천이 터지기도 했었고.
    조울증 같은 증상이었지만,
    우울과 판타지에 가까운 환희가 공존하는
    회색 폭죽이 터지는 마음속의 한 장면과
    깨끗하고, 청아한 평범한 보통의 제주바다가 사진 한장으로 남은.
    우울하고 신나는 날이었다.
    도대체 작가들은 이런 미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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